사실 날씨도 괜찮고 해서 한강에 운동이나 갈까 생각했었는데
아직 쌀쌀한 것 같아서 느즈막히 TV를 보다가 연공(愛空)이라는 영화를 하길래 끝까지 봤다. 가끔 TV에서 하긴 했는데 부분부분만 봐서 무슨 영화인지 대충은 알았지만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 쉬는 날이기도 하기 끝까지 보고나서 드는 생각은... 그냥 '옛날에 살던 동네에 가보고 싶다!'였다.
가끔 머리 아프고 이래저래 생각이 정리 되지 않을 때 가보는, 어쩌면 싹 비우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그런 곳이다.
간간이 이런 벽화를 보니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흙바닥에 놀이기구가 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가볍게 운동할 수 있는 곳으로 바뀌었다.
지나가다가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어서...
어렸을 때는 그렇게 넓어 보이던 골목은 좁디 좁은 곳으로 변해버렸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아주 어렸을 때 살 던 집 대문은 그대로 있더라.
아직은 옛모습이 남아 있어서 그런지 그저 웃음만 나더라.
그리고 추억이 담긴 집으로...
첫사랑을 만드는 느낌처럼 다가간 그 곳은 변함없이 그대로였다.
언덕위에 있던 피아노 학원도 그대로...
세월이 흐른 탓에 푸르던 모습은 사라지고 아파트만 보이는게 참...
항상 어떤 빵을 구웠을까 기대하게 하던 빵집은 이렇게 변했다.
기왕 온 김에 다니던 초등학교에도 가봤다.
가는 길에 아버지 손잡고 다니던 목욕탕이 그대로 있는 걸 보고 진짜 놀랐다.
어렸을 때 다니던 유치원도 그대로... 원장님도 그대로이실까 싶은 생각도 들고...
멀지 않은 거리를 걸어서 보였던 후문
슬슬 서울에도 봄이 오나보다. 아직은 쌀쌀한 것 같은데...
그리고 항상 등교했던 길로 내려갔는데... 정문이 없다. ㅎㅎ
후문으로 바뀌고 후문이 정문이 되어버렸더라.
오랜만에 보는 학교 이름
축구 골대 건너편에는 긴 등나무길이 있었는데 이제는 사라지고 덩그러니 울타리만 남아 있는 걸 보니 괜시리 마음이...
또 오랜만에 흙으로 덮인 운동장도 밝아보고
생각보다 많이 바뀐 학교 뒷편쪽을 가봤는데 음... 이제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한참을 이런저런 생각하다가 다시 내려왔다.
정문이 있던 자리에는 작은 문이 굳게 닫혀 있었고
정문이었던 곳에 있던 문방구들 중에 단 하나만 남아 있더라. 여기서 프라모델 꽤나 샀었지...
학교에는 목련꽃이 참 예뻤는데 이제는 근처 집들에 있는 것이 전부다.
시장 역시 많이 변했다. 안쪽을 담고 싶었는데
음... 뭐랄까 묘한 느낌에 담을 수 없더라. 왜인지 몰라도
아무튼 그렇게 잠시나마 복잡한 일 접어둘 수 있어서 좋았는데 돌아가는 길에는... 좀 그렇다.
여전히 집에서 일광욕만 즐기고 있는 헬멧과 스케이트...
슬슬 외출할 때가 되긴 했지. ^^
그리고 꼭 찍어보고 싶었던 것~^^
햇빛 때문에 정확히 맞출 수 없었지만 집에 와서 보니 어머니가 우리 눈높이에서 찍어주신 사진... 그립다. 이 때가...
내가 갑지가 오늘 여기를 간 이유는 연공에서 나왔던 대사 한마디였다.
만약 나에게 '당신은 이 때가 행복했습니까?'라고 물어본다면 '행복했습니다.'라는 그 대사를 느끼고 싶었나보다.
そして...'きみは今まで幸せでしたか'と聞いたら
'きみのおかげでとても幸せでした'と言いたいん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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