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부터 돈까스는 꽤 상향평준화 된 음식인 느낌이다.
하긴... 아주 오래 전에는 꽤 특별한 날에만 먹었던 음식이었지만 지금은 쉽게 언제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그다지
주목 받을만한 음식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긴 하다.
시대가 바뀌면서 경양식 돈까스에서 그냥 일반적인 돈까스로 일반화되고 지금은 프리미엄급 돈까스까지 나오면서
돈까스 선택의 폭은 다양해진 건 분명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내 머리속에 남아 있는 건 그저 어렸을 때 먹었던 경양식 돈까스이다.
사실 경양식 돈까스라고 하면 단지 맛만으로는 경양식이다라고 표현하기는 좀 부족하다.
그 특유의 살짝 어두운 분위기에 갓 구운 빵냄새가 솔솔 풍기고 '슾 나왔습니다.'라고 말해주던 직원 내지는 사장님의 말투
여러가지가 조화롭게 섞여있는 그게 '경양식 돈까스'라는게 내 지론이다.
시간이 흘러서 많은 것이 바뀌었고 그 경양식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은 이제 거의 드물어져 버렸지만
돈까스를 생각하면 그 당시의 느낌을 떠올리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5호선 광화문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본점으로 찾아갔다.
점심시간 대를 살짝 지나서 간 것도 있고 주말이라서 그런지 기다리지 않고 들어갈 수 있었다.
참고로 평일의 경우는 1인 식사는 1시 이후에 가능하지만 주말에는 영업시간 내에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어서 좋고
사실 난 주말 아니면 갈 수도 없지만~ㅋㅋ
온라인상에서 유명해졌거나 원래 유명한 음식점을 일부러 찾아가는 편은 아니지만
사진들을 봤을 때 내가 어렸을 적에 먹었던 그 느낌이 있을 것 같아서 간 것 뿐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도 집에서 뒹굴뒹굴하고 있었을 듯 싶네.
들어가면 주문받고 뭐고 없다.
인원 수대로 음식이 나오는데 초등학생 이상은 15,000원으로 인상되었고 미취학 아동은 기억이 안나네...
앉자마자 반찬과 미역국을 내어준다.
일단 어묵볶음
만든지 얼마 안 된 것처럼 색은 진하지 않고 간이 약할 것 같은 느낌이지만
먹어보니 식감도 좋고 간도 짜지 않고 적당해서 먹기 좋았다.
오이무침도 간이 세지 않고 미리 담가두면 좀 흐물거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것 없이 씹는 맛도 좋고
아마도 열무김치였던 것 같은데 먹어보니 라면 생각나더라.
보통 음식점에서 김같은 경우에는 직접 만든듯 한 맛을 느끼기 힘든데
직접 만드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얇지 않고 간도 적당하고 좋았다.
샐러드도 양배추가 오래된 느낌 전혀없이 딱 먹기 좋은 느낌
계란을 풀어서 넣은 미역국이었는데 살짝 만둣국 느낌도 나고 간도 살짝 삼삼하니 좋았다.
전체적으로 반찬은 짜게 먹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딱 좋은 것 같고
좀 짜게 먹는 사람들에게도(요즘은 별로 없겠지만) 괜찮은 정도였다고 생각한다.
그 경계선을 묘하게 잡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반찬 내어주시고 얼마되지 않아서 돈까스와 된장찌개가 나왔다.
비주얼은 온라인상에서 봤던 딱 그대로이고 특히 두부가 들어간 소스가 정말 궁금했었다.
받고 나서 한조각 입에 베어 물었을 때 '아~ 이거네'라고 느껴질 정도로 어렸을 때에 그 맛이 느껴졌는데
이상하게 두번째부터는 그 느낌이 안 나더라.
물론 아이들도 같이 먹기에 적당한 두께와 식감 그리고 경양식 돈까스를 떠올리게 하는 소스의 색깔과 맛은
다 먹을 때까지 좋았는데 이상하게 그랬다.
왜지...
된장찌개는 살짝 칼칼한 맛에 잘 다듬어진 멸치에 무, 파, 표고버섯이 들어 있었는데
된장찌개는 살짝 간이 느껴지는 정도였지만 짜다는 느낌은 없고 첫술 떳을 때에는
너무 뜨거워서 뭔 맛인지 몰랐는데 어느 정도 식은 후에 먹었을 때에는 걸죽하지 않고 밑반찬들과
먹기 좋은 된장찌개였다.
아마 내어주실 때쯤에 소스를 올려주시는 것 같아서 돈까스가 먹는내내 눅눅해지지도 않고 딱 좋더라.
개인적으로는 괜찮은 곳이라고 생각했다.
가격적인 면에서도 돈까스와 된장찌개를 따로 판매한다고 해도 적당한 가격인 것 같고
무조건 가봐야 하는 곳이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돈까스 땡기고 멀지 않은 곳에 있다면 좋은 곳이다.
부탁드리면 돈까스도 리필이 가능하니 초반에 양이 적다고 생각하면 다 먹을 때 쯤에 말씀드리면 됨~
성격이 그래서 그런지 얘기하는 타이밍 맞추기가 좀 힘들었는데
막상 부탁드리면 친절하게 잘 해주신다~
아무튼 전부터 궁금했었는데 피곤하단 이유로 미루고 미루다가 갔지만 간 보람은 있는 듯~
바로 옆에 라바 제작사가 있는 건지 돌아가기 전에 좀 찍어봤다.
말 한마디 안하고 에피소드가 진행되는 애니메이션이지만 라바 캐릭터들의 표정이 풍부해서 가끔 찾아보게 되더라.
옆에 이런 곳이 있는 줄은 몰랐네.
한 때 유튜브가 흥하기 전에는 꽤 방문자가 많거나 어설프게 유명 블로거 흉내내면서
음식점에서 민폐를 끼치는 사람들에 많아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음식점에서 사진을 찍는 것도 좀 눈치가 보이는데
흔히 말하는 대세를 거스를 순 없지만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이듯이 유명하건 유명하지 않건
겸손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위치는 참고하시면 될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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