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당분간은 제주도에 있는 관계로
못가도 두어번은 가야 하지 않나? 싶어서 5월 마지막 날에 친구녀석과 공항으로 향했다.
사실 해야 할 일을 잠시 접어두고 가는 거라서 영~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제주도에 내릴 때까지는 계속 머리 속에서 맴돌아서 말이지...
제주도는 진짜 오랜만에 가보는 것 같다.
매번 도쿄로 가는 터라 대한항공으로 갔었는데 제주도는 구지 그럴 필요도 없고 해서
진에어로 갔다왔는데...
이게 왠 걸? 게이트에서 탈 줄 알았는데 버스를 타고 비행기까지 이동~
이렇게 느긋하게 탈 줄 알았건만...
뭐 오랜만에 색다른 경험이었다.
넓디 넓은 활주로도 좀 가까이에서 보고
엔진도 자세히 볼 수 있었고
생각보다 출발시간 지연이 짧아서 후딱 이륙~
1시간 남짓 비행은 내가 도쿄를 가고 있는 건지 제주도를 가고 있는 건지
머리속에 맴도는 일 때문에 뒤숭숭~
어쨌든 무사히 도착하고 착륙도 깔금하게 했다.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던 친구녀석과 바로 판포리 쪽에 있는 울트라 마린으로~
남자녀석들이 3일이란 짧은 시간이면 대충 계획없이 돌아다녀도 되겠건만
뭐 성격이 그래서인지 밑그림이라도 그려놔야 편한 탓에 대충 일정은 짜놨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머리속에 맴도는 것 때문에 마음이 불편했는데
탁 트인 공간에 좀 이국적인 모습들과 바다내음 덕분인지 이내 불편한 마음은 사라지고
그저 카메라에 멋진 풍경을 담고 싶은 마음만 생기더라.
음... 뭔가 찍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드는 건 정말 오랜만이 아닌가 싶었다.
비단 나뿐만 아니라 친구녀석도 오랜만에 카메라를 들고 연신 셔터를 눌러댄다
흡사 한참 카메라 산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내 모습이 보이는 건 왜일까?
판포리에 울트라 마린이라는 까페가 해질 때쯤에 좋은 장소라고 해서 왔는데
역시나 그랬다.
내가 제주도에 왔나 싶었는데 현무암으로 쌓은 돌담을 보니 이제야 제주도구나 하는 느낌이 물씬 들고
같이 온 친구녀석도 열심히 사진찍는 중~
내부는 뭔가 투박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느낌의 1층이더라.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더 좋았고
오기 전에 오전에 비가 와서 상상하던 저녁노을은 아니었지만 창가너머 풍경을 보니 장관을 이룰 것 같은 생각이 드는
넓직한 창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친구녀석의 DSLR
사실 여행하면서 유심히 살펴보면 확실히 카메라들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굉장히 적어졌다.
스마트 폰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사진을 찍을 수 있고 보정도 바로 가능하니 확실히 편해진 세상이긴하네...
그래도 난 여전히 카메라가 좋다. 무겁고 거추장스러워도 뭔가 셔터를 누를 때 느껴지는 '집중도'라고 할까?
그게 좋다. 사진 결과물이 마음에 들면 더할 나위 없고
앞으로도 스마트 폰보다는 카메라를 들고 다닐 듯~
커피를 주문하고 2층에 앉았다.
친구녀석들은 언제나 아메리카노~ 커피맛 잘 모르는 나는 항상 뭔가 독특한 커피를 찾게 되더라.
뭔가 짠맛이 느껴지는 커피였는데 이름이 기억이 안나네...
오랜만에 셋이서 모였으니 설정샷 한번 찍어주고~
생각해보니 어렸을 때는 셋이서 사진도 참 많이 찍었는데 이제는 그저 같이 있는게 좋고 편하다.
좀 더 역동적인 하늘을 바랬지만
'다음에 또 와서 찍어~ 그 땐 괜찮은 하늘 보여줄께'라고 말하듯 뭔가 아쉬운 하늘~
그래도 이 순간들 만큼은 아무 생각없이 편하게 사진을 찍으며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는 시간을 갖었다.
제주도에 와서 이제서야 뭔가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 괜찮네...
기나긴 시간동안 서로의 성격을 맞춰주며 질타도 하고 그걸 잘 받아들이고
힘들 때는 말없이 힘이 되어주고 특별히 싸워본 적도 없는 고마운 녀석들~
이제는 각자의 생황이 있으니 만나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지만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잘 지내자~
점심도 먹지 않고 제주도로 와서 그런지 커피로는 아무래도 한계가 와서
친구집에 짐 내려놓고 바로 횟집으로 향했다.
친구 집근처에 있는 마라도 횟집
코스로 주문을 하고 3가지의 메인 생선회를 고르고 기다림
오랜만에 건배~
서울이 아닌 타지에서 이렇게 만나는 것도 참 오랜만이다.
먼저 멸치조림과 튀김이 나왔다.
항상 바싹 말라버린 멸치녀석들만 봐와서 그런지 좀 생소한 느낌이지만 담백하고 좋았다.
어설픈 김치부침개마져도 술안주도 술술 넘어가더라.
마침 참치해체하는 날이라서 참치, 고등어, 갈치로 골랐는데
갈치회를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어서 상당히 기대됐다.
갈치회는 뭔가 좀 담백하면서도 보리향이 나는 느낌이라고 할까?
식감은 다른 회에 비해 부드럽고 좋았다. 고등어 회도 좋았고 다만 참치 부위가 다양하게 나오지 않은게 좀 아쉽더라.
방어 가마쪽 조림도 좋았고
뭔 생선인지 기억이 안나는데 그냥 통째로 먹어도 될만큼 뼈도 부드럽고 좋았다.
탕수육같은 느낌
버섯이 듬뿍 들어간 나베에...
술안주로 내심 아쉬워서 알탕까지...
첫날부터 먹는 걸로 무자히게 달린 것 같다ㅋㅋ
아무래도 셋이서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걸까?
돌아가는 길에 맥주 한캔씩 사서 친구집에서 느긋하게 또 마시며 담소를 나누다가 참든다.
다음 날은 한번쯤 꼭 가보고 싶었던 백록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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