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날의 과음아닌 과음으로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게 좀 힘들었다.
게다가 다들 피곤에 쩔어서 각자 생활을 하는 녀석들이니 너나 할 것 없이 코를 골아대서 서로 피곤~ㅋㅋ
그래도 어기적거리며 일찍 친구집에서 나섰다.
이번 제주도에 메인이었던 한라산을 등반하러~
아무래도 처음 가는 것이니 가장 무난한(?!) 성판악 코스로 결정하고 부지런히 달린다.
중심지는 서울과 별반 다르지 않은 느낌이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제주의 매력을 물씬 보여준다.
이래저래 다들 피곤했지만 좋은 풍경만으로 힐링이 되는 듯 한 느낌이 좋더라.
아침 공기도 깨끗했고
30여분을 달려서 성판악 코스 주차장에 도착
좀 쌀쌀한 느낌이라서 자켓을 입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친구 녀석이 '입지마~'라고 한다.
생각해보니 안 입길 잘한 듯~
입구애서 대충 코스 파악하고 슬슬 출발~!
작년에 후지산 꼭대기에도 갔다왔지만 그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긴 코스에 좀 긴장은 되더라.
그래도 후지산보다 우거진 숲 속을 걷는게 힘들지만은 않았다.
이제 몇걸음 나아갔다.
속밭대피소까지는 거의 평지수준이라서 가볍게 올라간다.
페이스도 생각보다 빨랐고
부지런히 걷는다~
어라? 생각보다 괜찮네 싶어서
속밭대피소에서 가볍게 쉬고 바로 다시 출발~!
완만했던 경사는 슬슬 높아지기 시작한다.
얼마 남았다거나 높이를 보면 뭔가 위안을 삼을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냥 표시일뿐
한동안 운동을 못 하다가 올라가서 그런지 진달래 대피소에 도착했을 때에는 거의 만신창이 수준...
게다가 뭐 제대로 먹고 올라온 것도 아니라서 제법 배가 고프더라.
그래도 2시간만에 여기까지 왔으니 선방했다라는 생각이 든다.
오후 1시 이후로는 정상에 올라갈 수 없으니 시간계산이나 체력도 조절을 잘 해야 할 듯~
뭔가를 먹으면 분명히 올라가는게 더 힘들어질텐데...
결국 허기에 지고 말았다.
여기서는 좀 느긋하게 쉬다가 슬슬 다시 올라갈 채비를 하고
출발~!
사람이 참 간사한게 멀리 정상에 보이면 왠지 금방 도착할 것 같은 착각에 쓸데없이 무리를 하게 된다.
숲으로 우거져서 보이지 않던 풍경들도 보이니 올라오길 잘 했다는 생각도 들고...
그런데 뭔가 평소 등산할 때와는 다른 느낌이다.
경사가 완만하다가 정상쪽부터 급해지는 경사 때문에 그런지 넓게 보이는 풍경이 정말 좋더라.
날씨만 더 맑았다면 좋았을텐데
결국 중간에 가다가 쉬다가를 반복...
친구녀석들은 훌쩍 올라가버리고
기왕 뒤처진거 사진이나 느긋하게 찍으면서 올라간다.
후지산 정상에서의 일출도 장관이었지만
처음 올라가는 한라산 역시 뭔가 다른 매력이 있더라.
결국 3시간만에 정상에 도착!
나름 일찍 출발해서 도착했다고 생각했는데 정상에는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더라.
부지런도 하셔라...
친구녀석이 그런다. '백록담에 물이 고인 것을 보면 행운이 온다'라고...
요즘 같아서는 진심으로 바라게 되더라. 음...
정상 분화구가 후지산만큼은 크지 않아서 그런가?
확실히 시야가 더 트인 것 같은 느낌을 줘서 그런지 뭔가 더 마음에 들더라.
여기서 일출을 봤더면 더 좋았을텐데...
아무튼 한라산은 수년 전에도 왔을 때 꼭 올라오고 싶었던 곳이었기에
후지산만큼이나 버킷리스트였는데 결국은 성공~!
후지산에서는 혼자였지만 한라산에서는 둘도 없는 녀석들과 함께였기에 더 의미가 있었다.
정상에 뭔 까마귀들이 이렇게 많은지...
친구녀석들은 정상에서 라면을 먹고 쉬다가 좀 둘러보고 다시 하산~
대부분 관음사 코스로 내려가는 것 같았는데 우리는 차를 가져온 관계로 다시 성판악코스로 내려갔다.
1시 이후로는 올라갈 수가 없어서 그런지 하산하는 동안 마치 한라산 국립공원을 전세낸 것처럼 친구녀석들과 내려왔다.
정말 아무도 없더라. 아무도...
아무튼 인생에 있어서 의미있는 날을 하루 더 채운 좋은 시간
저녁을 고깃집으로 갈 예정이었는데 그 짧은 시간을 기다리기가 힘들어서
친구가 데려간 곳은 밀면으로 유명한 산방식당으로~
마음 같아서는 수육까지 먹어보고 싶었지만 가볍게 밀면만
아마도 부산 밀면과는 다르겠지? 부산 밀면을 먹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그냥 보면 쫄면 같은 느낌이지만 두툼한 고기에 뭔가 좀 면의 식감에 자극적이지 않은 양념장이 좋았다.
그렇게 적당히 허기를 채우고 오랜만에 셋이서 목욕탕에서 몸 좀 풀고 친구집에서 잠깐 휴식...
백록담에서 내려올 때부터 허벅지 근육은 땡기기 시작하고 심지어 양쪽 무릎까지 아파서 '이거 문제 생겼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목욕탕에서 몸을 풀어준게 살렸다.
친구집에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숙성 돼지고깃집인 '숙성도'
제법 이른 시간에도 사람들이 많았다.
요즘 유행한다는 '테슬라'??? 진짜 작명하나는 알아줘야 함~
앉자마자 술부터 시키고 고기는 1인분씩 3종류를 시켰다.
찬은 초촐했지만 고기와 싸먹기 좋은 간장으로 절인 고사리, 깻잎 그리고 양파
소스는 멜젓, 매운 고추를 넣은 새우젓(이었나?), 생와사비, 된장 그리고 백김치
다들 수고했다~ 건배~
이상하게 고기먹을 때에는 밥먹는 습관이 있어서 나만 밥을 주문~
불판을 올려주고
날계란을 섞은 명란도 놓아준다.
그리고 주문했던 고기들도 불판에 올리고
오매불망 익기를 기다리는 중~
고기도 직원이 알아서 구워주니 먹기 편했다.
사실 다들 체력이 바닥이라서 누구하나 고기굽기 힘들 정도였으니까...
가지런히 놓아진 고기를 보니 없던 식욕도 생기더라~
이렇게 쌈을 싸서 먹기도 하고 그냥 먹기도 하고~
이 중에 멜젓이 상당히 잘 어울렸다.
숙성 고기라고 해도 돼지고기가 뭐 다르겠어? 싶었는데 뭔가 풍미가 다른 느낌...
확실히 요즘 숙성고기가 대세이기는 한데 그 차이를 몰랐던 나로서는 좋은 경험이었다.
친구덕분에 좋은 고기도 먹어보고~
다음 날은 다시 돌아가는 날이었지만 뭔가 아쉬워서 친구집 근처 번화가 초입에 '홍초불닭'이 눈에 띄어서 들어갔다.
뭐 대단한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요즘은 불닭하는 곳을 서울에서는 거의 찾기가 힘들다.
가끔 퇴근할 때 불닭하나 사서 맥주 한잔 마시면서 쉬고 싶을 때가 있는데
이것마저도 사치가 되어 버린 느낌...
새삼 요식업이 쉽지만은 않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외국인이 많은 곳이라서 그런지 정신 못 차리게 하는 매운 맛은 아니었지만 좋았다.
누룽지도 시키고
불닭보다 더 매웠던 떡볶이도 오랜만...
뭔가 색다른 맛은 아니지만 예전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맛
그렇게 제주도에서의 마지막 밤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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