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침부터 날씨가 비올 것처럼 흐림...
쉬는 날이기도 하고 늦은 아침까지 그냥 침대에서 뒤척이고 싶은데 자꾸 머리에 뭔가 맴돈다.
사실 어제 퇴근하기 전에 머리가 지저분에서 머리 자르러 갔었는데
유난히 비오는 날에 잘 맞는 피아노 연주가 흘러나오니 문득 이런저런 옛 생각이 스쳐가는 느낌이었다.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어떤 음악을 들으면 뭔가 인상적이었던 기억이나 추억이 있는 장소가 생각는 거... (나만 그런가???)
아무튼 그래서 오늘은 성신여대를 한번 가보자라는 생각이 들더라.
일요일 오전시간은 북적이는 것이 없어서 참 어색한 느낌...
사실 성신여대 번화가는 한 때 하루가 멀다하고 친구 녀석들과 술잔 기울이던 곳이라서
밤의 풍경은 익숙하지만 낮의 풍경은 굉장히 낯선 곳이다.
좋은 기억도 있던 곳이고 그다지 좋지 않았던 기억이 공존하는 개인적으론 그런 공간이다.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뭔가 변한 것도 있고 변하지 않은 것도 있던데...
요즘 같은 분위기에선 그다지 좋은 의미로 받아들이기는 힘든 느낌이지만
문득 변한 것 그리고 변하지 않은 것에 대한 의미는 참 애매한 것 같다.
동전의 양면처럼 유난히 애매한 경계선에 있는 그런 어휘가 아닐까 싶은데
제법 번화가들 속에서 텅텅 비어 있는 곳을 보면 그리 마음이 편하지 않은 건 사실...
아무튼 다시 시도 때도 없이 북적거리는 곳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
윤휘식당은 성신여대쪽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있는 일본 가정식 스타일의 식당인데
여긴 가게 오픈하고 나서부터 꾸준하게 사람들이 알고 찾아오는 곳이다.
우연히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윤휘식당에서 꼭 먹어보고 싶은게 있어서 가봤다.
분위기는 덤이고
골목 들어가는 초입에 식당입구가 있는데 2층
아무래도 일본 가정식 식당이다보니 간판도 왠지 그런 느낌이 들게 심플하게 잘 해놓은 것 같음
글씨체가 상당히 마음에 드는 글씨체~
생활의 달인에도 나왔었나보다
계단 뒷편에는 이 녀석이 쳐다보고 있음~ㅋㅋ
오픈 10분 전에 도착했는데 사장님이 일단 들어오시라고 하시고
음식 주문은 오픈 시간은 11시 30분부터 가능하니 양해 부탁드린다고 하셔서 들어감~
조금만 일찍 들어갔으면 아무도 없을 때 사진찍으려고 했는데... 마스크 쓰고 계시니 그냥 올려도 되...겠지???
일단 매장 분위기가 상당히 묘하게 감성을 끌어내는 느낌이 있는 것 같더라.
4인 테이블 4개에 내가 앉은 곳에 3명 앉을 수 있는 곳까지 좌석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니 참고하면 좋을 듯
특히 들어가자마자 이 자리 노리고 있었는데 후딱 앉아버림~ㅋㅋ
뭔가 80, 90년대 일반 주택의 창가에서 바라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리고 왠지 전혀 식당같지 않은 타일을 올린 테이블 때문에 더 그런 느낌이 드는 것 같더라.
숟가락과 젓가락은 미리 가지런히 세팅되어 있고 창가 쪽에는 아자기한 소품들도 있고
메뉴판도 쉽게 볼수 있게 해놨다.
그런데 자꾸 뭔가 정겨운 느낌이 드는 건 뭐지?
각기 다른 모양의 전구를 불규칙한 라인으로 인테리어 해놓은 것도 좋고 뭔가 분위기있는 노란 불빛도 좋고~
이 커튼 뒤쪽에서 음식을 만들고 준비하고 한다.
메뉴는 총 8가지가 있고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여기 오면 다른 것보다 꼭 먹어보고 싶었던
3번 메뉴, 바질페스토 돈테끼 정식을 주문했고
다른 거 하나 더 먹고 싶었는데 2개를 주문해야 하나 엄청 고민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각 메뉴당 3천원 할인된 가격으로 단품을 주문할 수 있다고 하니
꼭 먹어보고 싶은게 있으면 하나는 정식으로 주문하고 하나는 단품으로 주문하면 될 것 같다.
그래서 윤휘식당 대표메뉴인 오리지널 함박스테끼 단품으로 추가주문~
참고로 바질페스토 돈테끼 소스의 경우는 견과류를 갈은 것을 넣는다고 하니
혹시나 견과류가 몸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면 미리 얘기하는게 좋을 것 같다.
음료는 이 정도가 있고 특이하게 맥주가 160ml가 있어서 주문해보려고 했는데 오후에 잠깐 운전을 해야 해서 패스...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주문 다 끝내고 느긋하게 음악 들으면서 기다리고 있는데
뜬금없이 '뉴키즈 온 더 블럭' 노래가 나오고 있더라~ Keep On Smilin'
야, 이걸 주절주절 자연스럽게 따라하게 되더라. 반복학습이 이렇게 무서움~ㅋㅋ
아무튼 전 날도 그랬고 오늘 뉴키즈 노래를 우연히 들은 건 우연아닌 우연이 아닌가 싶다.
새삼스레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생각도 또 들고...
앉기 전부터 왜 이렇게 이 테이블이 정겹게 느껴지나 한참을 생각했는데...
테이블 타일 때문에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타일 색도 그렇고 배열도 그렇고 어렸을 때 대중 목욕탕가면 볼 수 있었던 그런 타일?
아마 그래서 뭔가 정겨운 느낌이 든 것 같은데 의외의 장소에서 봐서 그런지 더 그런 느낌을 받지 않았나 싶네...
아무튼 이유없이 옛날 생각도 나고 좋았음
주문한 음식 나오기 전에 이 테이블은 뭔가 구경하기도 좋은 것 같다.
요즘 같아선 아무 생각없이 이 녀석들처럼 늘어지게 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뭐, 현실은 현실이니까...
주문한 파질페스토 돈테끼 정식과 단품으로 주문한 오리지널 함박 스테끼가 나왔다~
뭔가 꽤 풍성하게 많이 나오는 느낌
아무 생각없이 2개 주문했으면 큰 일 났을 뻔~
집에서 이렇게 화려하게 플레이팅해서 먹는 경우는 없겠다만은
보기 좋은 떡이 먹기 좋으니~ㅋ
밥, 국, 메인음식, 반찬들이 있고 게다가 계란찜도 작게 나왔는데 안에 새우 하나가 들어가 있었고
뭔가 평소 생각과는 좀 다른 식감과 묘하게 올라오는 간장맛 느낌이 좋았다.
사실 돼지고기로 만든 스테이크가 생소한 음식은 아니다.
그런데 여태껏 일본 여행할 때마다 제법 많은 음식을 먹어봤지만 딱히 돼지고기로 만든 스테이크는 먹어본 적이 없다.
豚ステーキ(부타 스테끼)라고 검색을 해보면 수많은 가게들이 나오지만 딱히 검색을 해본 적도 거의 없고
아마도 질리고 질리게 먹는게 돼지고기로 만든 요리다보니 그랬나 싶다.
아무튼 사진으로 봤을 때 바질 소스를 얹은 색조합이 이상하게 끌려서 이걸로 주문하게 됐다.
가츠오 부시를 얹은 두부도 맛있고
간장에 절인 메추리알과 곤약도 단짠맛에 스테이크와 같이 먹기 좋았고
단품으로 주문한 함박 스테끼는 두툼하니 좋았다.
돼지고기 부위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목살이 아닐까 싶은데 뻑뻑하지 않고 적당히 담백한 맛에
올리브 오일과 섞여 있는 바질소스와 향이 담백한 고기와 아주 잘 어울리는 맛이었다.
둘 다 한번쯤은 맛을 봤을법한 재료인데 이게 묘하게 구미를 당기는 조합이더라.
와사비를 살짝 얹어먹으면 뭔가 풍미가 더하는 느낌도 들고
반으로 자를 때 흘러나오는 육즙도 좋고
사진만 봐서는 예상이 되는 것 같은 함박 스테이크면서도 막상 먹어보면 뭔가 다른 맛이 있더라.
뭐, 이걸 내가 알면 직접 만들겠지~ㅋㅋ
아무튼 예상을 빗겨나가는 좋은 맛이었다. 맥주까지 같이 했으면 좋았을텐데 좀 아쉽네...
솔직히 여기는 남자 혼자서 가기는 참... 애매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은근히 감성 뿜뿜하는 곳 같아서...)
마음에 드는 음식이라면 그 딴게 어딨음? ㅋ
음식이 맛있는 것도 좋았지만 날씨도 별로인데 무엇보다 기억과 추억이 겹치는 좋은 느낌을 다시 받아서 좋았다.
성신여대역에서 도보로 5~10분 정도 거리에 있고
휴무날 없이 매일 오전 11시 반부터 저녁 9시 반까지 브레이크 타임은 오후 3시 반에서 5시 반
멀지 않은 곳이라면 한번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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