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야로 내려왔다.
유튜브에서 여행하기 전부터 종종 보는 채널이 있는데
주말마다 로컬맛집들을 소개해주는 채널인데 가보고 싶은 곳들이 꽤 많은데 그 중에서도
호르몬야끼를 하는 곳이 있어서 눈독들이고 있었음
전부터 고독한 미식가 시즌 3편이었나 거기에 나왔던 호르몬야끼 야마겐(ホルモン焼き 山源)을 가보고 싶었는데
예약을 하지 않으면 복불복인 것도 있고 더군다나 혼자라면 운 좋아야 가능한 곳이라 못가는게 내심 아쉬워서
줄곧 혼자갈 수 있는 호르몬야끼 가게를 찾고 있었는데 시부야에도 있고 하니 딱 좋을 것 같아서 가게 됨~
JR 시부야역도 은근히 출구가 많아서 헷갈린다.
하치코 동상 반대편으로 나왔는데 아직 시간도 여유가 있고해서 나온 김에 앞에 있는 빅카메라에 들어가 봄~
근데 생각보다 규모가 그리 큰 지점은 아니라서 딱히 볼만한 건 없더라.
그냥 시간 떼우기용~ㅋ
자꾸 비행기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길래 위를 쳐다보니 마침 시부야 스카이 가로질러 가는게 보여서
몇번 기다렸다가 한장 얻음~
전망대에서 보면 또 색다른 느낌이겠네~
얼추 미리 대기하는 걸로 생각하고 이동~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시부야 교차로는 북적거린다.
혹시나 해서 실시간 영상 좀 보니 지금도 사람이 꽤 많네~
연말은 연말인가보다~
지나가다 본 유난히 샤방샤방했던 소방차
마리오카트는 여전히 성업 중~
한번 타보고 싶긴 하다.
시부야109에서 왼쪽 길로 올라가는 길인데
여기는 근처에 와본적이 있어서 익숙함
와타츠미라고 하는 스테이크 덮밥이랑 예전에는 예약하면 가능했던 미니스시도 먹을 수 있는 곳도 있고
인라인 헬멧 사고 싶은게 있는데 국내는 없어서 여기저기 들쑤시고 돌아다닌 곳이라 그랬음 ㅋㅋ
시부야의 뒷골목들도 호텔들로 즐비하다.
그렇게 뭔가 묘한 길목들을 지나서
호르몬 치바 시부야에 도착~
사실 여긴 예약을 하지 않아서 좀 일찍 도착해서 기다리게 됨
한 30분 기다렸나?
보통 치바코스(千葉のコース 3,180엔)를 많이 먹는다고 하더라.
일단 이걸로 정해놓고 다른 메뉴들도 좀 봤는데 어지간한 내장류는 다 있는 것 같았음
심지어 우설 사시미까지 있던데... 이걸 회로 먹기도 하는건가???
기다리는게 적적했는데 마침 또 지나가길래 찍어봄~
생각해보니 첫 여행 때 오사카에서 도쿄로 넘어 왔을 때 빼고는 하네다 공항으로 온 적이 한번도 없는 것 같다.
붉게 물들어가는 걸 보니 슬슬 저녁이 될 것 같은 느낌
마침 오픈 준비하려고 완전 상남자 스타일의 직원이 나오길래 '이거 물어봐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인상이 참 강했는데
아주 상냥하게 얘기해주심~
일요일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만 내가 갔던 일요일에는 예약을 맞지 않고 대기순이라고 해서
안심하고 기다림~
아무래도 곱창구이를 하는 가게이다보니 내부는 좀 어둑하고 기름이 난무하는 분위기일 줄 알았는데
상당히 깔끔하고 조명도 밝아서 좋더라.
음식도 살짝 헤비한 스타일인데 분위기까지 그러면 뭔가 눌리는 느낌이 들었을텐데
덕분에 가볍게 먹고 마시고 할 수 있었음~ㅋ
아까 메뉴보면서 생각해놨던 치바코스(千葉のコース 3,180엔)를 주문했는데
시오랑 타레 두종류로 달라고 했더니 표정이 이상함~ㅋㅋ
이 두가지가 같이 나오는 코스라고 하더라.
나중에 우동이나 소바면도 넣어서 먹을 수 있고 곱창이라는 재료를 생각하면
가격이 있는 건 줄 알았는데 이게 왠 떡이나 싶었음~
참고로 한국사람들도 꽤 오는지 메뉴판에 자세하고 조금은 어색하게(ㅋㅋ) 적혀 있어서
주문하는데는 무리도 없다.
면은 보통 우동면을 많이 선택한다고 하던데 개인적으로 두꺼운 면, 특히 우동면은 그다지 선호하는 편이 아니라서
소바면으로 선택했고
주문이 끝나면 바로 셋팅을 해준다.
왼쪽부터 오토오시처럼 나오는 은은한 고기국물에 호르몬 치바만의 특제소르인 간장소스 그리고
양배추가 나오는데 위에 올려진게 다시마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짠맛이 있어서
양배추랑 같이 먹는게 좋을 것 같음
왠지 코스요리만으로도 꽤 배부를 것 같아서
이번에는 맥주는 건너뛰고 하이볼을 주문`
기억으론 가쿠하이볼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여긴 단맛보다는 위스키맛이 더 강한게 마음에 들었음
재료를 구울 철판을 올라고 적당히 열이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그리고 이 특제소스는 구워진 재료들을 찍어먹을 때 사용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그냥 놔두면 됨~
나한테는 그렇게 얘기해줬음
아까도 얘기했지만 워낙에 인상이 강한 느낌이라서 뭔가 쉽게 말도 못 붙였는데
일할 때보니 반전처럼 상당히 친절하더라.
그리고 앞치마를 주는데 객기부리지 말고 무조건 착용해야 함!!!
이거 안 하면 나중에 엄청 후회한다~
먼저 시오로 시작을 한다.
1인도 가능하니 편하고 양이 엄청 많은 편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타레까지 먹으면 꽤 충분한 양인데 재료를 한번에 다 올려준다.
그리고 직원들이 알아서 구워주기 때문에 먹기만 하면 되니까 상당히 편함
여행 첫날 핫쵸나와테의 츠루야는 혼자서 다 해야 하는 시스템이라
먹느라 굽느라 드라마에서 대사하는 것처럼 굉장히 바쁜데 여긴 느긋하게 먹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고
슬슬 익어가기 시작한다.
적당히 익었다 싶으면 숙주를 슬쩍 밀어줌~
메뉴에 부위설명은 되어 있지만 딱히 자세하기 설명해주는 건 없기 때문에
그냥 그러려니 하고 먹으면 됨~
시오건 타레건 기름이 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고기 앞부분에 숙주로 수북하게 벽을 만들어주니까 좀 덜 하긴 하더라.
숙주에도 올려서 먹어보고
이게 소장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아주 기름져 보이긴 하지만 의뢰로 느끼하지 않고 담백하니 맛있었음
시오를 다 먹어갈 때 쯤에 타레를 접시에 준비해준다.
주문한 가쿠 하이볼을 다 마셔서 짐빔으로 주문을 했는데
이건 좀 단 맛이 있더라.
예전에 하이볼이나 사와를 마셨을 때 기억은 단맛이 거의 전무한 수준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요즘은 외국인 입맛이 좀 맛추는 경향이 있는 건지
여행하는 동안 아예 단맛이 없는 하이볼은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시오를 구우면서 나온 기름을 이 특제소스에 떨어지도록 해놓기 때문에
처음에 그대로 두라고 얘기한 건데 이건 타레 재료를 그냥 굽고 끝내는게 아니라
어느 정도 익었을 때 여기에 한번 더 담궜다가 굽는 용으로 사용하는 것임
맛은 뭐랄까... 춘장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상당히 깊은 맛도 나고
그렇다고 짠맛이 그리 강하지도 않은 상당히 고급스러운 타레소스의 느낌이었음
시오와는 다르게 타레를 굽기 전에 숙주를 먼저 올려주는데 숙주양은 더 많다.
시오를 먹을 때는 크게 못 느꼈는데 타레를 구울 때는 기름이고 소스고 튀는게 장난아니었음
타레도 첫점은 앞접시에 올려주는데
생각해보니 나머지 재료들은 적당히 익었을 때 알아서 먹어도 된다는 신호 아니었나 싶음
나머지 재료를 한번에 다 올려주면 코스의 거의 막바지에 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타레 구울 때 맛도 맛이지만 향이 아주 좋다.
이렇게 타레까지 다 먹으면~
피날레인 소바면이 나옴
먼저 철판에 면과 숙주를 올려주고
살짝 넓게 펴준 다음
철판 밑에 있었던 그릇의 특제소르를 한번에 부어주는데 이 때가 정점이다~ㅋㅋ
양념이고 기름이고 사방팔방 튀는데 진짜 부왁~ 하고 난동부리는 수준으로 튐~
앞치마를 안하면 그 날 입은 옷은 바로 세탁기행 확정이다.
면에 소스가 적당히 입혀지면 날계란 올려서 익혀주면 끝~!
맛은 야끼소바같은 느낌이 나면서도 특제소스의 중후한 타레맛이 어우러지는게
여태 먹었던 야끼소바와는 상당히 다른 맛이어서 재밌었음
맛 있었고~
테이블에 소스 튄 거 보이나? ㅋㅋ
마지막에 후식까지 나오면 끝이다~!
내부 분위기는 상당히 깔끔하고 밝은 톤에 좀 험악하게 생긴 직원들의 상냥한 반전 매력도 좋고
무엇보다 혼자도 일본에서 호르몬야끼를 즐길 수 있다는 건 좋은 찬스아닌가 싶었음
가격도 호르몬이라는 걸 감안하면 양도 그렇고 상당히 적절했고
갈까말까 엄청 고민했었는데 안 갔으면 후회할 뻔~
다 먹고 계산하면 박하였나? 민트였나 목이 시원해지는 사탕도 준다.
여러모로 즐거운 치바 호르몬이었다~!
월요일은 휴무이고
그 외에 날은 특별한 공지가 없으면 오후 5시 ~ 저녁 11시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예약을 못 하더라도 일요일에 대기로 들어갈 수 있었으니
주말은 예약 하지 않아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음
여긴 나중에 같이 못 간 동생녀석이랑 다시 갈 생각~!
그렇게 시부야의 밤도 깊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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