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째 스타트~
이 날은 좀 일찍 호텔을 나섰다.
요코하마로 가야 하는 것도 있었지만 서양식 건물들의 역사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야마테거리의 추억도 곱씹어 보고 싶었고
근처에 고독한 미식가에 나온 가게도 있긴 했는데 거리가 좀 멀어서
여기까지 갔다가 요코하마 건담을 보러 다시 요코하마항까지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여행계획 짤 때부터 엄청 고민을 하긴 했지만 이렇게 계획을 하지 않았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뻔 했던 날이었다.
호텔에 들어가거나 나올 때 딱히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정가운데가 뚫려 있는 독특한 구조로 되어 있어서 좀 신기했다.
호텔에서 보통 창밖의 사진을 찍으려면 룸에서 창문 너머 찍는게 전부인데
여긴 바깥에도 주위풍경을 볼 수 있어서 또 다른 재미가 있는 것 같음
시부야까지 가야했기 때문에 JR 하마마츠쵸 역으로 향한다~
일본은 우리랑 다르게 출퇴근 시간이 늦거나 빠르거나 하는 경우가 많아서
아침에 출근하는 회사원들의 진풍경을 보는 것도 여행의 재미가 아닌가 싶다.
이게 그 날 여행의 스타트를 알리는 것이기도 하고
시부야 도큐도요코선(東急東横線)으로 가면 되는데
계산을 해보니 미나토미라이 패스를 사용하는게 그나마 조금 저렴할 것 같아서 패스를 구입~
시부야로 돌아가기 전에 미나토미라이 역에 있는 블루보틀을 가보고 싶어서~ㅋㅋ
일본 여행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에는 혹시라도 역을 지나칠까봐 긴장하면서 탔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제는 그런 거 없다~ㅋㅋ
아주 꿀잠 자고 일어나도 한번도 지나쳐본 적이 없어서 요즘은 긴장감이 없음
그렇게 느긋하게 마지막 역인 모토마치 추카가이 역(元町, 中華街駅)에 내림
예전에 여기에 마크로스 프론티어 VF-25 알토기 실물크기를 전시 해놨던 걸로 기억하는데
음... 이제는 당연히 없지~
역에서 올라와 모토마치 상점가 초입에 들어섰다.
예전에도 그냥 둘러보는 정도였던 것도 있고 아침이라서 딱히 볼 것도 없을 것 같아서 여기는 그냥 넘어감~
모토마치 상점가 반대편으로 올라간다.
지금이야 스마트폰용 짐벌을 사용하는 것도 흔하디 흔한 일이지만
3축 짐벌이 나오기 전에는 글라이드 캠 혹은 핸디핼드 스테빌라이저라고 하는
보통 영화에서 많이 사용하는 장비가 영상용 도구로 꽤 사용되던 시기에 구입을 해서
여기를 올라가면서 찍었던 기억이 난다.
요즘 짐벌들이 컴팩트해졌어도 카메라가 올라가면 만만치 않은 무게인데 그 때는 더하면 덜하진 않았던 장비고
게다가 여름이어서 엄청 고생한 기억이 난다.
겨울이라서 다소 풍성한 느낌은 없지만 나름 운치있는 곳이다.
여기는 프랑스야마라고 하는데 여기서부터 미나토노미에루오카 공원 전망대까지 이어지고
잉글리쉬 로즈 가든까지 이어지는 길이라서 야마테거리의 첫 시작으로는 딱 좋은 곳~
공원이라는게 대대적인 변경계획이 있지 않는 한 바뀌는 건 거의 없다.
그래서 예전의 추억을 여전히 기억할 수 있는 곳 중에 하나고
조금만 올라가면 전망대가 나온다.
항구 근처라서 뭔가 멋진 풍경은 아니지만 탁 트인 바다를 볼 수 있어서
잠시 쉬어 가는 느낌으로 볼 수 있는 곳
저~ 멀리 요코하마 건담도 보이고~
잉글리쉬 로즈 공원은 겨울임에도 꽤 멋진 풍경이었음
아마 따뜻한 날에 여기 오면 사진찍기도 괜찮지 않을까 싶네
구석구석 잘 찾아보면 괜찮은 사진 건질 수 있는 장소가 많음
야마테 거리가 독특한 이유는
과거 일미 수호통상조약으로 인해 다양한 서양 국가의 사람들이 이곳에 건물을 지어서 생활까지 하게 된 이유로
여러 나라의 건축문화를 한번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걸어가다보면 확실히 일본이라는 느낌보다 색다른 서양 문화의 공간을 느낄 수 있어서
나름 좋은 경험이 되는 것 같음
공원 다 둘러보고 본격적으로 야마테 이탈리아 산 정원까지 걸어가는 길이 시작되는데
잠시 쉴 수 있는 벤치마저 뭔가 고풍스러움이 느껴짐
아침에 와서 하필 사진찍는 곳들이 역광 투성이라서 애먹긴 했다만
그냥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참 재밌는 거리~
여기도 여전히 가을의 정취가 남아 있는 곳이 많았다.
독특하게 생긴 전화부스는 여전히 있었고
음식점이었던 것 같은데 사람들이 꽤 많더라.
전시용으로 유지하는 건물들도 많지만 현재 생활하고 있는 곳들도 꽤 많다고 하더라.
뭔가 추워보이긴 하는데이런 곳에서 생활하면 뭔가 색다른 느낌도 들고 좋긴 할 것 같음
아침부터 견학을 온 학생들도 있었고
근처에 유치원이 있는지 모르겠다만 유치원생들도 견학을 왔더라.
뭔가 유치원복 입은 아이들이 예뻐서 사진을 찍는데 뷰파인더로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아이가 있었음~
카메라를 봤는지 포즈를 취해주더라.
이렇게 활짝 웃어주는데 안 찍을 수가 없었음
국내에서도 이런 경우가 드물고 일본 같은 경우에도 이런 경우는 거의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인데
아이가 웃어주는 모습을 보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음, 아니 아침부터 뜻밖의 선물을 받아서 너무 행복했다.
사실 난 인물사진은 잘 안 찍는 편이다.
내 주위에 사진찍히는 것에 환장한 인물들도 없거니와 설령 있다치더라도 필요에 의한 인물 사진이 아니라면
딱히 사진을 찍지 않는 편이라 기껏해야 증명사진 정도? ㅋㅋ
근데 이렇게 서스럼없이 포즈를 취해주는데 안 찍을 수가 없나? 게다가 해맑게 웃어주는데~
이 아이에겐 그냥 사진찍어주는 재밌는 아저씨네라고 생각하는 정도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이 날 하루종일 생각나게 하는 잊지 못 할 추억이 되었음
건담 보러가는 것보다 이 찰나의 순간이 더 좋았다~
아침 일찍 오지 않았다면 이런 기회는 없었겠지
인도가 좀 좁은 것도 있고 아이들도 많아서 뒤에 졸졸 따라가면서 걸어감~
생각해보니 아이들 사진 좀 더 찍어주고 선생님에게 사진 보내드릴 걸 그랬나보다...
아무튼 뜻밖의 선물을 받고 가볍게 걸어간다~
걷다보니 문득 생각난건데 근처에 상점이 없음...
그러면 여기 근처 생활하는 사람들은 차가 거의 필수가 아닐까 싶네~
뭔가 익숙한 건물이 보여서 안을 들여다보니 성모 마리아상이 있는 걸 보면 성당인가보다
예전에는 그냥 스쳐지나갔던 것 같은데...
성당을 보니 또 옛 추억이 생각나네
이 날 아침에만 참 많고 많은 추억을 떠올리고 좋은 추억도 만들고 아주 묘한 날이었음
도로가 그리 넓지 않은 편인 건 아마도 이 건물들을 세울 때 도로폭을 최대한 유지하려고 했기 때문에
그런게 아닌가 싶은데 그래서 좀 더 정겨운 느낌이 드는 것 같다.
도로폭이 더 넓었다면 아마 느낌 확 바뀌었을지도~
걸어가다가 가게는 이거 하나 달랑 있더라.
음식 파는 가게였던 것 같은데 이 건물도 옛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았고
야마테 이탈리아 산 정원까지 거의 다왔다~
일본의 주택치고 이 정도면 꽤 넓은 편 아닌가 싶은데~
오른쪽으로 내려오면 정원 입구가 보임
무료이고 안에 까페도 있으니 차 마시면서 쉬엄쉬엄 보다가 이동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음
여기도 아이들이 견학을 왔더라
금빛 물든 나무들 때문에 잠깐이나마 가을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고
긴 길을 내려오면 가장 메인인 장소를 바로 볼 수 있음~
이탈리아 산 정원을 꼭 와보고 싶었던 이유는
아주아주 오래 전 한 여름에 땀 뻘뻘 흘리며 왔던 이곳에서 찍었던 사진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이다.
이게 이번에 찍은 사진
같은 장소에서 14년 전에 찍은 것...
하늘 사진 참 좋아하는 나에겐 더할나위 없는 멋진 풍경을
땀 흘리며 고생고생 여기까지 와서 보상받은 추억이었기에 다시 안 올 수가 없었다.
예전에 비해 하늘은 변함없지만 그 아래 건물들은 제법 많이 바뀐 것 같은 느낌이네
날씨가 많이 춥지 않거나 덥지 않다면 느긋하게 여기서 잠시 쉬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음
14년 전 추억에 이번 추억까지 겹쳐져서 나에겐 더욱 더 농축된 장소가 되어버림
뭐, 좋은 일이지~
가보기 전에 한번 정원의 스토리를 보고 가는 것도 괜찮을 듯~
위치는 여기~
모토마치 초입부터 이탈리아 산 정원까지 가는 코스는 이렇게 걸어가는게 가장 이상적인 것 같음
예전에 내려갔던 길과는 반대편으로 내려갔다.
모토마치 상점가를 둘러보고 싶다면 이탈리아 산 정원 입구 오른쪽 샛길로 내려가는게 좋고
나처럼 (가깝지 않은) 근처 고독한 미식가 가게를 가고 싶다면 왼쪽으로 내려가는게 좋음~
이런 건물을 보면 왠지 알박기라는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1층은 가게 2층은 생활공간으로 사용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걸 보면 자부심의 고집이라는 생각을 들게 해준다.
게다가 평점도 높은 아프리카 음식을 판매하는 곳이더라~
나중에 다시 요코하마에 온다면 여기도 가봐야겠음~
제법 걸었더니 슬슬 배가 고파지기 시작한다.
나카무라 강을 건너서
여전히 갈 길이 남은 고독한 미식가에 나왔던 파스타 & 피자 트루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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