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아침에 느긋하게 여행을 하는 날도 마지막...
특별한 무언가를 먹어보는게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찾아보다가 우연히 알게 된 츠타라멘
2,000엔이 넘은 라멘은 과연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서 가봤다.
슬슬 돌아가기 전날이 되면 조금씩 뒤숭숭해지는 기분이 생기는데 되려 말끔한 기분이 드는 이유는 뭐지?
출근 시간을 피해서 하루를 시작해서 그런지 간만에 한산한 느낌도 즐길 수 있었다.
얼추 30분 정도 걸려서 요요기우에하라역(代々木上原駅)에 도착~
생각보다 규모가 큰 역에 놀라고
그 아래 상점들이 그렇게 많은 곳인지는 생각도 못 해서 더 놀라고...
지금 생각해보면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지하철의 의존도가 높아서 그런지
어느 역에 가도 상점가들이 굉장히 많더라.
게다가 동네마다 특색이 있어서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것도 여행의 소소한 재미였고
동쪽 출구로 나와서 바로 작은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조금만 걸아가다보면 붉은 색이 눈에 들어오는데
여기 지하가 미슐렝 가이드에서도 선정되었던 츠타라멘이다.
웨이팅도 가능한 걸로 알고 있는데 최근에는 예약제가 생겨서 예약을 한 사람들을 우선으로 하고
웨이팅을 입장시키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하더라.
그래서 여행가기 전에 미리 예약을 하고 갔기 때문에
주문하는 키오스크에 서 있으면 안에서 직원이 나와서 예약 여부를 물어보고 주문하고 들어가는 방식
주문은 카드결제가 기본이지만 현금으로도 가능해서 난 현금으로 했는데
현금의 경우에는 안에 들어가서 따로 결제를 하더라.
메뉴는 이렇게 입구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홈페이지가 깔끔하게 잘 되어 있어서 미리 보고 선택하는게 더 수월할 것 같다.
주문은 당연히 스페셜 메뉴인 특제 트러플 완탕 소유라멘( 特製トリュフ雲呑醤油 Soba)으로 주문을 했고
왠지 맥주보다는 니혼슈가 어울릴 것 같아서
블랙 이마요츠카사 교쿠카라구치 준마이슈 (ブラック 今代司 極辛口 純米酒) 300mL도 같이 주문
술은 단맛은 거의 없다시피 하면서 쌉살한 맛이 강한 청주였는데
뭐랄까 쌀알의 맛이 느껴지는 술이라고 할까? 그려면서도 辛口가 써 있는 술들은 뒷맛이 드라이한 맛이 있어서
여운을 남기지 않아서 좋은 것 같다.
근데 일반 주류판매 가격이 748엔정도인 걸 보면 좀 비싼 감이 있긴 하지만
술을 구입하는게 수월하지 않는 입장에서는(내 경우에~) 뭐 괜찮은 가격이라는 생각도 들고 한다.
고기요리나 구운 생선에 잘 어울리는 술이라고 하던데
아무래도 라멘도 야채류보다는 고기류에 가까운 음식이다보니 잘 어울려서 메뉴에 올린 것 같음
주류는 총 6가지가 있는데 다소 생소한 ハートランド(Heart Land)라는 기린에서 만드는 병맥주와 글래스로 보리소주(麦焼酎)
산토리 위스키 언더락 그리고 3종류의 니혼슈가 있으니
나처럼 술을 곁들여서 먹을 생각이면 고려해볼만 할 것 같았다.
미슐랭 가이드 선정 홍보도 하고 있고
아마도 굿즈도 판매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음
이분이 창업자인 유키 오니시라는 분인데
2022년에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그와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그대로 유키 오니시의 유지를 이어가고 있긴한데
요즘은 예전같지 않다는 얘기도 종종 보이는 것 같더라.
원래 요리쪽 일과 관련되어 있지 않았지만 라멘을 운영하시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 츠타라멘이 탄생하게 되었는데
짧은 기간 안에 미슐랭에 선정될만큼 독특하면서도 인정받는 맛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아마도 국내에도 알려진게 아닌가 싶다.
자리를 안내 받으면 이렇게 기본적으로 세팅이 되어 있고
정오 12시에 예약을 해서 갔었는데 이렇게 이름도 써서 자리를 마련해줌
물론 가져가도 됨~
긴 닷지테이블이 메인인 것 같은데 안쪽에 테이블이 따로 있더라.
이게 블랙 이마요츠카사 교쿠카라구치 준마이슈
블랙컬러의 병이 뭔가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고 잔도 굉장히 고급스러움
흔히 라멘가게에서 볼 수 있는 서민적이면서도 투박한 그릇과 플레이팅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는데
창립자인 유키 오시노가 라멘의 고급화에 포커싱을 맞춰서 그런 것 같은데
확실히 분위기는 라멘가게라는 분위기보다는 마치 파인다이닝에 온 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는 건 사실~
기본적으로 청주의 맛이 나긴 하는데
위에서도 얘기했듯이 뭔가 쌀의 날 것의 느낌(좋은 느낌으로)이 나면서도 뒷맛이 드라이해서 그런지
개인적으론 선호하는 맛이라서 좋았다.
나중에 다 먹고 나가는데 얼굴이 붉어져서 좀 곤란했지만~ㅋㅋ
뭔가 서로 피드백을 하면서 일하는 것 같기도 하고 살짝 담소를 나누면서 일하는 모습이
꽤 편한 느낌을 줘서 그런지 먹으러 온 사람 입장에서도 너무 딱딱하지 않은 느낌이라 좋았고
외국인 직원이 새롭게 들어왔는지 수시로 매장에서 해야 할 일들을 얘기 해주는 거 듣는 것도 재밌었음
주문한 특제 트러플 완탕 소유라멘( 特製トリュフ雲呑醤油 Soba) 스페셜이 나왔다~
물론 단품으로 라멘의 맛을 즐길 수 있는데 완탕이 들어가지 않은 醤油 Soba가 있는데 가격은 2,000엔으로
이 역시 그리 저렴한 라멘이라고 하기는 힘들지~
왼쪽 10시 방향부터 일본산 흑우 차슈, 무화과 스프레드(이건 잘 안 보임), 발사믹 트러플 크림,
이베리안 베조타 벨리를 사용한 육수, 절인 죽순, 파 종류인 리크 그리고 완탕까지 들어간 쇼유라멘이다.
수프림 플레이트로 나오는 것에는
와규 스키야키, 홈메이드 버섯소스, 프로슈토 돼지등심, 트러플 에센스 계란 그리고 구운 산마르자노 토마도가 있었고
그 아래 찍어먹는 소스로 칠리페퍼, 소금후추 그리고 브라운 슈가 크럼블이 있었고
와규에는 유러피언 블랙 트러플사바욘 소스, 돼지등심에는 홈메이드 라즈베리 소스가 곁들여져 있었음
뭔가 프레시하게 라멘이랑 먹기 좋게 올려진 리크가 컬러의 밸런스를 잡아주는 것 같았고
라멘도 그렇고 수프림 플레이트의 플레이팅도 보면 확실히 고급스럽게 하려고 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일단 국물부터~
처음 입에 넣었을 때 느낌은 뭔가 좀 밍밍한가...라는 생각이 드는 찰나에
은은하게 퍼지면서도 깊은 맛이 나는 느낌이 드는게 뭔가 묘한 패턴의 맛이더라.
기승전결의 패턴에서 과감하게 벗어난 맛이라고 해야 하나?
여태껏 경험했던 라멘들과는 분명 같은 종류이지만 결이 다른 느낌이 들었는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뭔가 특별한게 없는 느낌이 들 수도 있는 취향이 좀 갈릴 것 같은 맛이더라.
넓게 치마폭을 펼친 듯한 완탕은 두껍지 않은 완탕 피에 고기맛이 꽤 괜찮은 느낌이었고
챠슈는 얇은 타입이었는데 은근히 고기의 맛이 진하게 느껴지는 건
아마도 국물이 어우러져서 그런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고기에서 신선함이 느껴지는 것 같은 맛이 나는게 재밌었음
면은 일반적인 라멘의 가는 면보다는 살짝 두께가 있는 면이었는데
밀의 맛이 진하게 느껴지는 면발에 은은하면서도 진한 맛이 나는 국물과 잘 어울리더라.
뭔가 면과 국물을 함께 먹어야 츠타라멘의 진가가 뭔지를 알 수 있는 듯한 맛이었음
수프림 플레이트는 참 예쁘게 플레이팅을 해놔서
잠시 멍~ 하니 바라보면서 느낀 건 마치 지브리 작품에서 나올 듯한 그런 비쥬얼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음
와규 스키야키는 거의 날 것의 느낌이 나는 비쥬얼이었지만 잘 익혀져서
얇은 두께에도 불구하고 고기의 맛이 잘 느껴지는게 좋았고
유러피언 블랙 트러플사바욘 소스와 어우러질 때 특유의 세콤한 맛이라고 해야 하나 이게 참 잘 어울리더라.
트러플 에센스 계란이라는 명칭이긴 했다만
글쎄... 이건 트러플의 맛이나 향이 그리 느껴지는 건 아닌 것 같았다.
반숙의 계란 맛은 녹진한게 좋긴 했음
정말 얇게 썰은 돼지등심은 상큼한 라즈베리 소스와 잘 어울리나 좀 의구심이 들었는데
살짞 차가운 듯한 고기에 라즈베리 소스에 사실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던 홈메이드 버섯소스는
아마도 장식을 위한 것이 아닌가 싶었음
야채는 전체적으로 소프트한 식감이 일관되게 이어오다가 아삭거리고 신선한 맛을 주는게
식사를 마무리 하기에 제격이었다.
조금 아쉬웠던 건 라멘만큼의 임팩트는 다소 부족하지 않나 느껴졌는데
아님 내가 맛에 둔한 것일 수도 있고...
라멘은 추천할 만 하지만 수프림 플레이트 경우에는
츠타라멘의 방향성인 고급스러운 라멘에 대한 의지를 경험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면
적극적으로 추천하기는 힘들 것 같더라.
라멘을 먹으면서 4,000엔이라는 가격을 태우기는 쉽지 않으니까
개인적으론 살짝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결이 다른 라멘을 경험할 수 있어서 좋긴 했다.
분위기도 사뭇 다른 라멘가게의 분위기에 맛도 기존의 라멘과는 리듬이 다른 느낌도 좋았고~
타베로그에는 연중무휴, 구글지도에는 주말 휴무라고 써있는데
예약에서는 요일 상관없이 되는 걸보면 연중무휴가 아닐까 싶고
오전 11시 ~ 오후 3시로 영업시간은 짧은 편
츠타라멘의 소개나 메뉴에 대한 정보는 홈페이지가 있으니까 참고하면 될 것 같고
예약은 테이블체크에서 가입없이 쉽게 예약이 가능한데 예약 시 카드는 필수
그리고 수수료 390엔이 결제되니 참고하고
노쇼나 예약 당일 시간 취소에 따라 패널티가 있으니까 참고하면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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