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째날의 아침이 밝았다~
여행하면서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오전에 팀랩 보더리스 아자부다이 힐즈에 가야 하는 것도 있고
저녁에는 오랜만에 친구를 만날 예정이라서 점심먹을 시간이 참 애매했다.
마침 아침 일찍부터 오픈하는 곳이기도 하고 음식자체가 궁금해서 반강제로 일찍 일어남~ㅋㅋ
시부야에 도착했다~
북쪽 출구로 나와야 하는데 엄한 곳으로 나옴~ㅋㅋ
아직 공사 중인 곳이 있어서 익숙한 역이지만 가끔 시부야는 이유없이 헤매게 되는 것 같음
뭔가 점점 더 높은 빌딩들로 채워지는 것 같은 시부야...
꽤 긴거리를 갖고 있는 이나리 공원 하천을 지나서
생각해보니 시부야 사쿠라 스테이지에서 멀지 않았던 곳인데 왜 엄한 곳으로 나온지 모르겠네...
아무튼 건널목 하나 건너니까 거짓말처럼 주택가 느낌이 풍긴다.
아침이라서 그런지 살짝 코끝이 찡한 기온에 맑은 하늘이라서 이유없이 기분이 좋음
음... 이 맛에 아침 일찍부터 여행을 하는 걸지도~
거의 다 왔을 때 독특한 건물이 있어서 뭐지? 싶었는데
아오야마 제도 전문학교라고 되어 있는 걸 보니 건축관련 학교인 것 같았음~
암~ 건축관련 전문학교하면 이 정도로는 어필해줘야지
얼추 10분 정도 걸어서 도착했다.
아침 일찍부터 가츠오부시를 올린 밥으로 유명한 가츠오식당(かつお食堂)
아침 8시 반부터 오픈하는 도쿄에서는 좀 드문 곳 중에 하나인데 살짝 늦장부리다가 9시쯤에 도착했는데
사람이 없네???
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만석에 대기하는 사람만 6명이었음
문 건너로 뭔가 따스함이 느껴지는 안을 볼 수도 있었고
메뉴는 이렇다.
보통 1,650엔짜리 가츠오식당 정식에 달걀을 추가해서들 먹던데
난 또 청개구리 모드가 발동해서 유기농 와사비를 추가하고 가츠오카라아게를 같이 주문할 생각으로 미리 결정해놓음
기본으로 정식에 반찬이 같이 나오는데 반찬으로 우메보시 정도 추가할 수 있는 것 같더라.
밥이랑 국은 무료는 아니고 금액을 추가해서 리필할 수 있고
심지어 가츠오부시를 올린 밥으로 2022년에 미쉐린 가이드 도쿄에 등록되었나보다
물론 2023년에도~
안쪽에도 2~3명 대기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내 차례가 되어서 들어가서 미리 사진을 찍을 수 있었는데
가츠오부시를 미리 준비해놓는게 아니라 매일 50~100개분의 가츠오부시를 주문할 때마다 이렇게 만들더라
야... 하루만 해도 팔이 남아나질 않을 것 같은데???
아마도 사장님 같았는데 보기에는 쉬어보여도 이게 만만치 않은 과정인데
대단하다 싶더라.
아주 바삭바삭하게 건조된 가츠오부시 덩어리들이 바로 앞에 있어서
평소에는 보기 힘든 비쥬얼을 볼 수 있는 기회도 생기고
습기가 없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그런건지는 모르겠다만 이렇게 전구를 켜놓고 있었음
주문을 하면 앞에 간장, 소금 그리고 된장(아마도?)을 미리 준비해놓는다~
일단 먹는 방법은 나왔을 때 그냥 순수하게 가츠오부시의 맛과 향을 밥과 먹어보고
두번째는 소금을 뿌려서 먹어보고 세번째는 간장을 올려서 먹어보고
마지막에는 주문한 달걀을 올리고 소금이나 간장을 올려서 먹어보라고 하더라.
그렇다면 된장은 뭐지???
찾아봤더니 가츠오부시 분말인 것 같더라
음... 맛은 가츠오부시의 느낌이 아닌 것 같았는데~ㅋ
앉은 순서대로 작은 나무쟁반에 세팅을 하는 걸 볼 수도 있어서
기다리는 동안 지루한 느낌은 거의 없고
워낙에 조용한 분위기라서 마치 백색소음 속에서 아침밥을 먹는 기분이었음
주문한 가츠오 정식이 나왔다.
뭐랄까 내가 생각하는 가츠오부시보다는 좀 더 순백의 느낌이라고 할까?
게다가 아주 얇게 썰어내서 그런지 흩날리는 느낌마져 들 정도였음
가볍게 곁들일 반찬도 같이 나왔고
220엔짜리 유기농 와사비~
생각보다 양이 좀 적어서 당황
220엔이 이 정도 양이면 꽤 괜찮은 와사비를 사용하지 않았을까 싶음
된장국은 좀 슴슴한 편에 유부도 들어 있었다.
사실 아침 일찍부터 먹는 밥이 간이 세거나 짜거나 하면 좀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생각하니
되려 속이 편하게 먹을 수 있지 않나 싶었다.
가츠오부시가 굉장히 얇았지만 맛과 풍미는 의외로 좋았다.
아마 가츠오부시 특유의 향(좋게 말하면)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향이 강하지도 않고 맛도 같이 은은하게 입안에서 퍼지는게
해가 뜨기 시작하는 백색소음만 들리는 집 앞 골목길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짧은 순간의 여정을 느끼게 해주는 맛이라고 할까?
매번 반복되는 하루지만 근거없는 기대감와 이유없는 희망을 느끼는 아침의 짧은 순간 같은 그런 느낌이더라.
가츠오부시 아래에도 가츠오분말이 올려진 것 같더라.
가츠오부시 올린 밥 자체가 맛이 슴슴해서 확실히 이른 아침에 먹기에 딱 좋은 맛이었음
아침을 거르는 습관이 들은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이 한 그릇으로 그간의 비워놓은 세월을 채운 느낌이 들어서 기분 좋았음
같이 주문한 가츠오카라아게도 나왔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가다랭이를 적절하게 양념에 버무려서 튀긴 것이었는데
튀긴 음식임에도 아침에 먹기에도 괜찮은 정도더라.
마치 아침밥으로 연어구이나 고등어구이를 먹는 것처럼 말이지~ㅋ
영업시간내에 어느 때나 먹을 수 있는게 아닌
매일 50~100그릇을 유동적으로 판매를 하는거라서 가급적이면 아침 일찍가서 든든하게 밥 먹고
하루 일정을 시작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도 그냥 잠이나 더 잘까 생각하다가 간 것이었는데 안 갔으면 후회할 뻔~
매일 오전 8시 반부터 재료소진까지 하는 걸로 알고 있지만
불규칙하게 휴무을 공지하고 있어서 가기 전에는 미리 확인을 해야 할 것 같다.
사실 난 아무 생각없이 이 날로 정하고 간 것이었는데 나중에 확인해보이 운좋게 오픈하는 날이었음
지도 내에서 예약하기는 테이블첵크로 하면 수월함~
미리 방문 가능한 날도 알 수 있고
다면 예약금이 있고 노쇼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추가 비용이 들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생각해서 예약을 하거나 아님 직접 오픈런 하는게 좋지 않을까 싶음
다시 시부야역에서 야메노테선을 타고 에비스역까지 가서 아자부다이 힐즈까지 가는 전철을 갈아탈까 생각했는데
거리가 좀 애매하기도 하고 날씨가 좋아서 왠지 걷고 싶어져서 에비스역까지 걸어감~
생각보다 춥지 않은 날씨에 화창하고 맑은 공기에 그냥 걷는 거 조차 좋더라.
친구한테 얘기들어보니 자기는 가끔 친구들이랑 야먀노테선 걸어서 일주를 한다고 하던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나도 해보고 싶네~ㅋ
시부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하치코 버스를 여기서 보게 된다~
나를 졸졸 따라다니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가는 방향이 같았음
에비스역 근처에 오면서 건물 독특한 게 많네... 생각하다가
잠깐 왜 여기가 익숙하지? 싶었는데
작년에 다이칸야마에서 에비스로 넘어오던 길에 지나갔던 곳이었음~ㅋㅋ
여기도 마찬가지고~
생각보다 에비스역까지 빨리 도착을 했다.
여기서 히비야선을 타고 한번에 갈 수 있는데 시간이 꽤 남아서 근처에 커피라도 마실 까페를 가려고 찾아보긴 했는데
뭐, 내가 커피를 자주 마셔봤어야 미리 찾아놓지~ㅋㅋㅋ
지도 켜고 주변을 살펴보다가 그냥 마음이 끌리는 까페가 있어서 거기로 이동~
JR라인 지나가는 다리 아래를 건너서
주거생활권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은 묘한 건물들 사이를 지나서
좀 더 깊숙하게 들어간다.
그렇다 치더라도 생각보다 거리는 짧은 편~
밥을 먹고 걸어서 에비스까지 온 시간임에도 여전히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은 시간
곳곳에 아직까지 공중전봐 부스가 남아 있는 걸 보면 그저 정겹다.
에비스역에서 5분 정도 걸어서 도착한 곳은 사루타히코 커피 에비스본점이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햇살이 예쁘게 들어와서 꽤 아늑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음
게다가 아침이었으니~
라떼를 주문했는데 濃口(코이구치, 진한 맛), 薄口(우수구치, 연한 맛)가 있더라.
가볍지만 든든하게 밥을 먹어서 왠지 농후한 라떼를 마시고 싶어서 진한 맛으로 라떼를 주문~
마침 앉은 자리가 적당히 햇살이 들어오던 자리라 좋았음
주문한 커피가 나왓다~
뭔가 딱 봐도 진한 느낌이 났는데 커피의 진한 맛이 나면서도 뒤에 오는 부드러운 맛이 꽤 좋았다.
뭔가 포근하게 햇살을 받는 것처럼 말이지
느긋하게 커피마시면서 오는 사람들을 좀 유심히 봤는데
나처럼 처음 오는 사람들보다는 꽤 자주오는 단골들이 많이 있는 것 같았음
그만한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거 아니겠음?
일부러 찾아갈 정도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근처 돌아다니다가 가볍게 커피 한잔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커피는 아무래도 취향을 많이 타니까~
원래 휴무일은 없지만 다음 주가 설날이라서 휴무일이 있는 것 같고
보통 매일 하는데
월~목요일은 오전 8시 ~ 저녁 10시, 금요일은 오전 8시 ~ 저녁 11시 반
주말은 오전 10시 ~ 저녁 10시다.
복잡하네~ㅋ
의외로 지점이 많다.
지점마다 내부 특색도 달라서 커피만 잘 맞으면 종종 근처에 있을 때 가면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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